전체 글23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위대한 성당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바르셀로나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도시의 풍경 어디에서든,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의 거대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성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 신앙, 자연, 그리고 한 인간의 집요한 상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종교 건축을 넘어, 인간이 무엇을 믿고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질문에 가깝다. 1. 끝나지 않는 공사, 신앙으로 지어진 건축라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1882년에 공사를 시작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건축물의 기준으로 보면 이는 비효율의 상징처럼 보일 수 있다... 2026. 2. 2. 높이로 완성된 미국의 야망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축물을 꼽으라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말한다. 1931년 완공 이후 거의 한 세기 동안, 이 건물은 단순한 고층 빌딩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야망과 자신감을 상징해 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왜 이렇게 빠르게, 그리고 높이 세워질 수 있었을까. 그 배경과 건축적 의미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이 건물은 숫자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1. 세계 최고 높이를 향한 경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탄생 배경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우연히 세워진 건축물이 아니다. 이 건물의 시작에는 1920년대 미국 사회를 관통하던 ‘높이 경쟁’이 있었다. 1885년 시카고에 최초의 마천루가 등장한 이후, 미국의 대도시들은 수직으로 .. 2026. 1. 26. 중세처럼 보이지만 중세가 아닌 성 노이슈반슈타인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 호엔슈반가우 언덕 위에 자리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19세기 후반,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2세에 의해 건설되었다. 1880년경 착공된 이 성은 고딕 복고 양식을 바탕으로 돌과 강철을 사용해 지어졌으며, 건축에는 무대 미술가 출신의 크리스티안 얀크와 건축가 에두아르트 리델이 참여했다. 중세 성을 연상시키는 외관과 달리, 내부에는 중앙난방과 수도, 수세식 화장실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이 성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현실에서 밀려난 한 왕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상상 속 공간’이었다. 1. 패배한 왕이 선택한 도피처, 권력이 아닌 상상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주인인 루트비히 2세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는 1864년, 스무 살도.. 2026. 1. 19. 사고 나서 후회하는 소비보다 더 위험한 소비 우리는 흔히 사고 나서 후회한 소비를 실패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충동적으로 샀다가 쓰지 않는 물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았던 경험은 분명 아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장기적인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는 소비는 따로 있다. 바로 후회가 남지 않는 소비, 다시 말해 만족도가 높고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소비다. 이 글은 왜 그런 소비가 오히려 더 위험한지, 그리고 만족감 높은 소비가 어떻게 반복 지출로 바뀌는지를 소비 심리의 구조로 풀어본다. 1. 후회 없는 소비는 소비 기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사고 나서 후회하는 소비는 명확한 흔적을 남긴다. “이건 실패였다”는 기억은 다음 소비에서 제동 장치가 된다. 반면 후회 없는 소비는 다르다. 만족스럽고, 잘 쓴 것 같고, 합리적이었다는 감정은 그 소비를 기준값.. 2026. 1. 6. 가성비가 지출을 키우는 방식 우리는 종종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싸서 샀다”는 말을 사용한다.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 다른 제품보다 저렴한 선택지는 분명 똑똑한 소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선택이 가장 아까운 지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거의 쓰지 않는 물건, 금방 망가진 제품, 결국 다시 사게 되는 같은 종류의 물건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런 경험을 통해 가성비가 지출을 키우는 방식, 즉 저렴함이 어떻게 반복 소비와 낭비로 이어지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1. 가격이 기준이 되는 순간, 필요는 뒷전으로 밀린다‘싸니까 샀다’는 말 속에는 사실 중요한 질문 하나가 빠져 있다. “이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가격이 충분히 낮아 보이는 순간, 우리는 이 질문을 생략.. 2025. 12. 30. 소비는 의지가 아니라 공간이 만든다 우리는 돈을 쓸 때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어디에 있느냐’가 그 선택을 상당 부분 대신해준다. 같은 커피 한 잔, 같은 식사 한 끼라도 집 근처인지, 회사 근처인지, 혹은 번화가에 있는지에 따라 가격과 기준은 전혀 달라진다. 이상하게도 장소가 바뀌면 지출에 대한 경계선도 함께 움직인다. 오늘은 소비를 자극하는 공간의 힘과, 장소가 우리의 판단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천천히 들여다보려 한다. 1. 집에서는 아끼는데, 밖에서는 느슨해지는 이유집은 소비 기준이 가장 엄격하게 작동하는 공간이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가 보이고, 이미 가진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이 살아 있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같은 소비라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2025. 12. 2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