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도시의 풍경 어디에서든,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의 거대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성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 신앙, 자연, 그리고 한 인간의 집요한 상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종교 건축을 넘어, 인간이 무엇을 믿고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질문에 가깝다.

1. 끝나지 않는 공사, 신앙으로 지어진 건축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1882년에 공사를 시작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건축물의 기준으로 보면 이는 비효율의 상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성당이 가진 시간의 감각은 전혀 다르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국가나 왕실의 지원이 아닌, 오직 신자들의 성금으로 건설되었다. 다시 말해, 자본의 속도가 아니라 신앙의 속도로 자라온 건축물이다. 누군가는 매주 소액을 기부했고, 누군가는 평생에 한 번 마음을 보탰다. 그렇게 모인 작은 신념들이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떠받치고 있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부터, 그는 이미 ‘완공을 보지 못할 건축’을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성당이 자신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쳐 완성될 집단적 신앙의 산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의 후원자는 서두르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건축 철학에 가까웠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지만, 신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는 믿음이 이 건물의 리듬을 결정했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 사회의 효율성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우리는 빠른 결과와 즉각적인 완성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완성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공사 현장 자체가 신앙의 표현이며, 미완성 상태 또한 이 건축의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이 성당은 ‘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 ‘계속 자라고 있는 존재’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시간의 깊이를 체감하게 된다.
2. 자연을 닮은 구조, 가우디의 표현주의적 상상력
가우디가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특별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기존의 네오고딕 양식을 과감히 벗어났다는 점에 있다. 그는 직선과 대칭을 기본으로 한 전통적 성당 구조 대신,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곡선과 비정형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성당 내부의 기둥은 나무처럼 위로 갈수록 가지를 뻗고, 천장은 숲의 캐노피를 연상시킨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건물 안’에 있다는 느낌보다, 거대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가우디에게 자연은 신이 만든 가장 완벽한 구조물이었고, 따라서 신을 찬미하는 공간은 자연을 닮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자와 각도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대신 실과 모래주머니를 이용한 역곡선 실험으로 구조를 설계했다. 오늘날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그는 손과 눈으로 직접 구현해냈던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구조적 안정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외관의 세 개 파사드 역시 단순한 장식 벽이 아니다. 동쪽의 ‘예수 탄생’ 파사드는 생명과 희망, 기쁨을 상징하며 풍부하고 섬세한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서쪽의 ‘수난’ 파사드는 날카롭고 거친 선으로 구성되어 예수의 고통과 죽음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정문에 해당하는 ‘영광’ 파사드는 인간이 어떻게 신의 영광에 다가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하나의 건축물이 삶, 고통, 구원을 모두 담아내는 구조인 셈이다.
이처럼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보는 건축’이 아니라 ‘읽는 건축’에 가깝다. 조각 하나, 기둥 하나, 빛의 방향까지도 상징과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래서 이 성당은 종교적 배경이 없는 방문객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의미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연과 신앙이 결합된 이 공간의 밀도는 직관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3. 미완성이라는 가치, 시간이 만든 명작
1926년, 가우디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살아 있을 당시 완성된 부분은 ‘예수 탄생’ 파사드와 종탑 한 개, 앱스, 그리고 지하 납골당뿐이었다. 이후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그의 설계도와 모델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영영 완성될 수 없는 건축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비극은 건축의 생명력을 더욱 길게 만들었다.
후대의 건축가들은 남아 있는 기록과 조각들을 토대로 가우디의 의도를 해석하며 공사를 이어갔다. 이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해석 작업이었다. 가우디의 생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건축가들은 그 정신을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한 사람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여러 시대의 협업 결과물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완성’의 기준은 점점 흐려졌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외관, 새롭게 추가되는 조형물, 기술 발전에 따라 달라지는 공법은 이 성당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든다. 그래서 이곳은 언제 방문하든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이에게는 공사 중인 모습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 자체가 이 건축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살바도르 달리가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두고 “커다란 썩은 이빨처럼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건축물은 완벽해서 감탄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완성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 된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이라는 수식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이 성당은 인간이 시간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고, 완성되지 않아도 의미가 있으며, 한 사람의 꿈이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바르셀로나의 하늘 아래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는 이 건축물은, 그래서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